“아기는 아무것도 모르고 태어난다?”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지만, 발달 심리학자들은 고개를 젓습니다.
신생아도 세상을 인식하고, 타인을 느끼고, 나름의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거든요.
오늘은 돌이 되기 전까지, 0~12개월 아기들의 ‘작지만 복잡한’ 심리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.
🍼 생후 0~2개월: 본능과 반사로 세상과 만나다
아기가 세상에 태어나 처음 맞이하는 시기입니다.
이 시기의 심리는 ‘본능’과 ‘감각’ 중심으로 움직입니다.
- 감각 발달: 시력은 아직 흐리지만, 20~30cm 정도 거리는 어느 정도 볼 수 있습니다. 이 거리는 다름 아닌 엄마 품 안에서 엄마 얼굴을 볼 수 있는 거리죠. 흑백 대비에 민감하며, 천천히 움직이는 물체를 따라보기도 합니다.
- 청각은 출생 직후부터 비교적 잘 발달돼 있습니다. 엄마의 목소리, 심장소리 등을 인식하고 선호하죠.
- 애착 형성의 시작: 이 시기는 ‘기초적인 신뢰감’을 쌓는 시기입니다. 아이는 “내가 울면 누군가가 와서 나를 안아줄까?”를 경험으로 배웁니다. 일관된 보살핌이 심리적 안정감을 만들어줍니다.
👀 생후 3~6개월: 관계의 싹이 트다
이제 아기는 세상을 조금 더 명확하게 인식하기 시작합니다. 사람을 구분하고, 감정 표현도 풍부해집니다.
- 사회적 미소: 2~3개월쯤 되면 엄마나 아빠의 얼굴을 보며 웃기 시작하는데, 이것은 무의식적 반응이 아닌 ‘사회적 미소’로 여겨집니다. 타인과의 교류를 시작한 셈이죠.
- 모방 행동: 이 시기부터 아기는 어른의 표정이나 소리를 따라하려는 시도를 보입니다. 예를 들어, 혀를 내밀거나 웃는 얼굴을 따라 할 수 있습니다.
- 애착 대상 구분: 이제 아기는 자신에게 가장 자주 보살핌을 주는 사람을 인식합니다. 그 사람이 있으면 안정감을 느끼고, 낯선 사람에겐 조금 경계심을 보일 수도 있어요.
🧠 생후 7~9개월: 낯가림과 불안, 감정의 시작
이 시기의 아이는 세상과 자신을 조금씩 분리해서 인식하기 시작합니다. 이제 "나는 나고, 엄마는 엄마"라는 개념이 형성되기 시작하죠.
- 낯가림: 가장 대표적인 변화 중 하나. 이전까지는 누구에게 안겨도 크게 개의치 않던 아기가, 낯선 사람을 보면 울거나 거부하는 모습을 보입니다. 이는 애착 관계가 잘 형성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.
- 분리불안: 엄마가 방을 잠깐 나가기만 해도 우는 이유는, 아이가 ‘엄마는 나랑 떨어지면 사라진다’고 믿기 때문입니다. 아직 '대상 영속성(object permanence)' 개념이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죠.
- 감정 표현의 다양화: 기쁨, 짜증, 공포, 흥미 등 감정이 더 섬세하게 표현됩니다. 또한 타인의 감정을 읽는 능력도 싹트기 시작합니다.
🚶 생후 10~12개월: 독립성과 탐색 본능의 시작
돌이 가까워질수록 아기는 점점 더 능동적으로 변합니다. 몸도 자라고 마음도 자랍니다.
- 대상 영속성의 발달: 엄마가 사라졌다고 해서 ‘없어진 것’이 아니라,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걸 이해하기 시작합니다. 그래서 장난감을 숨겨도 찾으려고 시도하죠.
- 탐색 행동 증가: 걷기 시작하거나 기어 다니는 아이들은 주변 환경을 적극적으로 탐색합니다. ‘호기심’이라는 심리적 동기가 활발하게 작동하기 때문입니다.
- 의사소통 능력: 단어 수준은 아니더라도, 몸짓이나 소리를 통해 요구를 표현합니다. 예를 들어 손을 뻗거나, “음
음” 소리로 무언가를 가리키는 등의 행동이 여기에 해당하죠. - 자기주장: 이제는 싫은 건 확실히 표현합니다. 장난감을 뺏기면 화를 내기도 하고, 원하는 게 있을 때는 고집을 부리기도 합니다. 이는 ‘자아’의 시작으로 볼 수 있습니다.
🧡 아기들의 심리를 알면 양육이 달라진다
아기들은 언어로는 말할 수 없지만, 수많은 감정과 욕구를 몸짓, 울음, 표정으로 표현합니다.
아기의 심리를 이해하면, 양육자는 아이의 행동을 억지로 통제하기보다는 ‘공감’하고 ‘반응’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됩니다.
0~12개월은 단순히 크는 시기가 아니라,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신뢰감, 감정, 관계 맺기 능력의 토대가 만들어지는 중요한 시기입니다.
👂 부모의 ‘반응성’이 아기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
아기의 심리는 주변 환경, 특히 주 양육자의 반응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합니다.
울 때마다 따뜻하게 안아주고, 웃을 때 함께 웃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“세상은 안전하다”고 느끼며 정서적 기반을 다지게 됩니다. 반대로 무시당하거나 일관되지 않은 반응을 반복해서 경험하면 불안정한 애착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.
돌 이전의 아기에게는 ‘말’보다 ‘행동’이 훨씬 더 강력한 메시지라는 점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. 작은 눈빛, 포옹, 미소 하나하나가 아기에게는 세상 전체와도 같은 의미가 될 수 있으니까요.
✨ 마무리하며
“아기는 백지 상태로 태어난다”는 옛말은 이제 옛말일 뿐입니다.
아기들은 태어날 때부터 놀랍도록 섬세한 심리 세계를 가지고 있으며, 우리가 그 신호를 잘 읽어준다면 더욱 건강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.
다음에 아기의 미소나 울음을 볼 때, ‘지금 이 아이는 무엇을 느끼고 있을까?’ 한 번쯤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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